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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입성 한국팀 '백야 경계령' 방마다 커튼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축구대표팀이 '해가 지지 않는 땅'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시작한다. 대표선수단은 12일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마무리짓고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로 이동해 여장을 풀었다. 전세기편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곧장 숙소인 뉴 페테르호프 호텔로 향했다. 공항 입국장에선 FIFA 공식 채널 'FIFA TV'와 간단한 인터뷰를 갖고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월드컵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이후 호텔 로비에서 러시아 한인회가 주최한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첫 훈련은 13일 시작한다. 본선 참가국 모두가 의무적으로 진행해야하는 '오픈 트레이닝' 행사를 겸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이 베이스캠프 입성 이후 불편함이 없도록 철저히 사전 준비 작업을 했다. 선수단이 오스트리아로 건너갈 때 1톤 가량의 짐을 먼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보냈다. 파스와 테이프, 밴드 등 소모성 의료용품과 훈련복 일부 등이다. 유니폼과 훈련복, 의료기기, 영양제, 식재료 등 나머지 4.5톤 가량의 물품은 선수단과 함께 움직였다. 선수단 이동 전날인 12일에는 선발대를 보내 우리 선수들이 훈련장으로 활용할 스파르타크 경기장을 꼼꼼히 살폈다. 첫 경기 스웨덴전(18일)을 앞두고 전술 정보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조직위측에서 그라운드 주변 세 면에만 가림막을 설치한 것을 확인하고 나머지 한 면도 가려줄 것을 요청했다. 숙소 또한 철저히 점검했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커튼과 의류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6월에는 백야(白夜) 현상으로 인해 24시간 중 밤이 채 4시간도 되지 않는다. 오후 11시30분 경 해가 지고, 오전 3시 반 무렵이면 동이 튼다. 밤에도 햇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불과 한 시간 정도다. 대표팀은 선수들이 머물 방마다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암막 커튼을 설치했다. 뿐만 아니라 취침 및 기상 시간을 정해 선수들의 숙면을 도울 예정이다. 변화무쌍한 기후에 대한 대비도 마쳤다. 베이스캠프 인근 지역은 영상 7도에서 25도까지 기온의 변화 폭이 큰 데다 수시로 비가 내리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 쉽다. 축구협회는 선수들이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자마자 사계절용 의류를 지급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준비 기간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의 큰 일교차 때문에 선수들이 컨디션 관리에 실패한 경험이 타산지석이 됐다. 선수단과 동행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선수단이 러시아에 도착하기 전부터 훈련장 안팎과 숙소 주변에 경찰과 경호 인력이 배치돼 24시간 지키고 있다"면서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선수들이 경기력과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일 뿐"이라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18-06-12

"키 크다고 축구 잘 하나 … 약점 파고들 것"

"키 크다고, 장신이라고 다 축구를 잘하는 건 아니다." 한국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이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전을 앞두고 밝힌 각오다. 손흥민은 6일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슈타디온에서 훈련을 마친 뒤 "장신이라고 다 축구를 잘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큰 선수들이 작은 선수보다 약한 점도 있다"며 "스웨덴이 조직적인 팀인 건 사실이지만 어느 팀이나 약점은 있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또 "모든 포커스는 세네갈(11일)과의 평가전이 아니라 스웨덴과의 1차전에 맞추고 있다. 훈련 강도가 센 것도 그런 이유"라고 덧붙였다. 스웨덴은 유럽예선 플레이오프에서 '강호'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왔다. 큰 키를 앞세운 탄탄한 조직력이 강점이다. 특히 스웨덴 수비진의 키는 국내 프로농구팀 프로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거인 바이킹 군단'이다. 특히 폰투스 얀손(리즈 유나이티드)은 키가 1m96㎝나 된다. '주장'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크라스노다르)와 필리프 헬란데르(볼로냐)의 신장도 1m92㎝다. 잉글랜드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빅토르 린델로프도 1m87㎝다. 심지어 빠른 스피드를 요하는 양쪽 수비수들의 키도 크다. 오른쪽 수비수 미카엘 루스티(셀틱)와 에밀 크래프(볼로냐)의 키는 각각 1m89㎝, 1m81㎝다. 왼쪽수비 루드비히 어거스틴손(브레멘)은 1m81㎝다. 마틴 올슨(스완지시티)만 유일하게 1m70㎝대(1m78㎝)다. 포백 8명의 평균 신장은 1m87㎝에 달한다. 반면 한국 공격진엔 단신 선수가 많다. 이승우(베로나)의 키는 1m70㎝다. 스웨덴 얀손보다 26㎝나 작다. 황희찬(잘츠부르크)도 키가 1m77㎝에 불과하다. 손흥민은 1m83㎝다. 물론 '진격의 거인'으로 불리는 김신욱(전북)은 키가 1m96㎝나 된다. 손흥민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막내로 출전했다. 알제리와 2차전에서 만회 골을 터트렸지만 2-4로 완패한 뒤 대성통곡했다. 4년이 흘러 에이스가 된 손흥민은 그때와는 달리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다. 한국의 세트피스 전략에 대해 물으면 손흥민은 "난 엑스맨이 아니다"라며 슬쩍 받아넘긴다. 그러면서도 그는 "요즘은 상대팀 정보를 파악하기 수월하다. 그래서 나도, 신태용 감독님도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표팀 막내) 승우는 아직 아기나 다름없다. 가끔 철없는 모습을 보이고 장난을 많이 친다. (황)희찬이와 계속 붙어다녀 혼도 난다"며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라운드 바깥에서 장난치는 건 상관없지만, 훈련장에서는 막내답게 더 열심히 뛰었으면 한다. 선배는 앞에서 끌어주고, 후배는 뒤에서 밀어주는 그런 훈련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18-06-07

'손흥민 파트너' 황소가 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사전캠프를 오스트리아 레오강에 차린 한국 축구대표팀이 4일 숙소인 크랄레호프 호텔에 도착하자, 현지 팬들이 황희찬(22·잘츠부르크)에 몰려들어 사인을 요청했다. 레오강에서 잘츠부르크까지는 차로 약 1시간30분 거리. 황희찬은 2015년부터 세 시즌째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1부리그) 최고 인기팀 잘츠부르크에서 뛰고 있다. 게다가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리그 소속 10개 팀 선수 중 유일하게 러시아 월드컵 무대를 밟는 선수다. 황희찬의 별명은 '황소'다. 투우사를 향해 돌진하는 황소처럼 저돌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잘츠부르크 유니폼에는 '성난 황소'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황희찬은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31·바르셀로나)를 연상시킨다. 키는 1m77㎝로 큰 편이 아니어서 비좁은 공간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동시에 최전방부터 상대를 압박해 공격으로 전환하는 '게겐 프레싱(Gegen pressing)'에 능하다. 수비 때는 최후방까지 내려와 동료를 돕는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황희찬은 땅을 보지 않고 고개를 든 채 경기한다. 한국 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골잡이"라고 평가했다.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 박지성(37·은퇴), 기성용(29·스완지시티) 등이 받은 '차범근 축구대상'의 2009년 수상자다. 포항제철중-제철고에서 중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2014년 잘츠부르크에 입단한 황희찬은 2016~17시즌 16골을 터트렸고, 올 시즌엔 팀을 오스트리아 리그 3연패 및 유로파리그 4강으로 이끌었다. 잉글랜드 토트넘과 리버풀, 독일 함부르크 등이 영입 경쟁에 나섰다. 활약을 대표팀으로 이어간 황희찬은 3월 27일 폴란드 평가전에서 골 맛을 봤고,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선 이재성(전북)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황희찬은 천재성을 갖췄으면서도 지독한 노력파다. 소속팀 훈련이 끝난 뒤에도 집 앞 주차장에서 개인훈련을 한다. 휴가 때는 프리스타일 축구 '고수' JK 전권(29) JK아트사커 아카데미 감독을 찾아가 기술도 연마한다. 프리스타일 축구는 손을 제외한 온몸을 이용해 축구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묘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전 감독은 "메시(아르헨티나)와 호날두(포르투갈) 같은 세계적 스타는 공을 자유자재로 갖고 논다. 황희찬에게 발재간은 물론, 드리블이나 상대 압박 때 영리하게 팔을 활용하는, 이른바 '팔재간'도 가르친다"며 "고교 때부터 오프시즌마다 찾아온다. 대표선수가 됐는데도,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온다"고 전했다. 전 감독은 황희찬에 대해 "수아레스의 저돌적인 면과 네이마르(26·브라질)의 유연성을 겸비했다"며 "수아마르(수아레스+네이마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버지 황원경 씨는 "아들 별명이 '황소'라는데 경기 도중 탈진해도 끝까지 열심히 해야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 감사하다. 잘츠부르크에서 동양인 공격수가 살아남으려면 공수를 모두 할 수밖에 없다"며 "부상이 걱정되지만, 금강불괴(金剛不壞·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 부서지지 않는다)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5일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만난 황희찬은 "동생 이승우(20·베로나)와 같은 방을 썼는데, 내가 방장이 아닌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손흥민(26·토트넘)은 황희찬에 대해 "축구 능력은 좋지만, 말을 잘 안 듣는다. 그래서 더 좋아한다. 나도 말을 잘 안 듣는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황희찬은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이다. 부친 황원경 씨는 "희찬이가 팔뚝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겼다. 세리머니도 그곳을 향한다. 또 휴가를 맞아 귀국하면 초등학생 사촌들과 놀아준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서면 '황소'로 변신한다. 황희찬은 한국이 4-4-2를 쓰든 3-4-1-2를 쓰든 관계없이 손흥민과 투톱으로 나설 전망이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황희찬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고, 좌우로 넓게 뛰면서 상대에게 부담을 준다"며 "그간 보완한 골 결정력을 월드컵에서 증명해 보인다면, 손흥민에 대한 의존과 상대의 집중수비를 분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황희찬도 "내 장점은 뒷공간을 파고드는 거고, (손)흥민 형 장점은 기술과 침투 두 가지 모두다. 둘이서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겠다"며 "보스니아전 패배 후 120% 뛰겠다고 결심했다. 지기 싫다. 젊은 패기로 한 발 더 뛰겠다"고 다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18-06-05

3년만에 깨진 A매치 홈경기 무패 행진

비슈차 '해트트릭' 기염 14일 개막하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을 노리는 '신태용 코리아'가 마지막 국내 모의고사에서 2골차 완패를 당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서 벌어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 30분 이재성이 동점골을 넣었지만 해트트릭을 이룬 에딘 비슈차의 맹활약에 눌려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유럽으로 출국하기 직전의 마지막 A매치서 패배를 안은 한국은 2015년 3월 우즈베키스탄과의 1-1 무승부 이후 이어진 16차례의 홈경기 평가전 무패(13승3무) 기록이 중단됐다. 또 보스니아와의 역대 전적도 1승1패가 됐으며 지난해 7월 사령탑에 오른 신태용 감독은 17차례 A매치서 6승5무5패를 마크하게 됐다. 신 감독은 2일 소집명단서 세명을 탈락시킨 23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자마자 유럽 전지훈련 장소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로 떠나게 된다.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이날 전주 경기장에는 4만1254명의 많은 팬들이 운집 태극전사들을 열렬히 응원했지만 동유럽의 강호 보스니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41위로 한국(61위)보다 20계단이나 높은 보스니아전에서 한국은 지난달 온두라스전과 같은 손흥민(토트넘 핫스퍼)-황희찬(잘츠부르크) 투톱을 가동했다. 뒤에는 이재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중원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ㆍ정우영(FC도쿄)이 맡았다. 수비진은 스리백을 가동했으며 스토퍼로 나선 기성용(스완지 시티)을 중심으로 양쪽에 오반석(제주)ㆍ윤영선(성남)이 배치됐다. 주장인 기성용은 A매치 100경기째를 채워 한국 선수로 14번째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보스니아는 골잡이 에딘 제코를 최전방에 배치해 맞불을 놨다. 한국은 3-4-1-2 전형이 초반에 유기적 호흡이 맞지 않아 보스니아에 공격 주도권을 내주었다. 전반 28분 보스니아가 역습 상황에서 왼쪽 크로스에 이어 제코가 헤딩을 놓친뒤 비슈차가 강한 오른발 슛으로 왼쪽 골문을 흔들었다. 그러나 전북 소속으로 전주 경기장을 안방으로 쓰는 이재성이 전반 30분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 한명을 제치고 왼발로 골문을 향해 가볍게 슈팅 골키퍼 이브라힘 세비치의 오른쪽으로 골인됐다. 그러나 한국은 전반 추가시간 비슈차에게 결승골을 허용하고 포백 수비라인에 익숙한 선수들이 스리백에 적응하지 못한 허둥대는 사이 후반 34분 비슈차에게 오른발 발리슛을 내주며 해트트릭을 만들어주었다. ▶김진수ㆍ권경원ㆍ이청용 탈락 한편 신태용 감독은 경기직후 부상과 슬럼프에 빠진 김진수(전북)ㆍ권경원(톈진 취안젠)ㆍ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을 탈락시키며 최종 엔트리 23인을 확정했다. 골키퍼는 김승규(비셀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조현우(대구), 수비수는 김영권(광저우 헝다) 장현수(FC도쿄) 정승현(사간 도스) 윤영선(성남) 오반석(제주) 김민우 홍 철(이상 상주) 박주호(울산) 고요한(서울) 이 용(전북), 미드필더는 기성용(스완지시티) 정우영(비셀고베) 주세종(아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재성(전북)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문선민(인천), 공격수는 김신욱(전북)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이 발탁됐다. 봉화식 기자 bong.hwashik@koreadaily.com

2018-06-01

이승우 돕고 손흥민 쐈다…한국 2 - 0 온두라스

한국 축구가 새로운 공격 루트를 찾았다. 16일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월드컵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FIFA랭킹 61위)과 온두라스(59위)의 평가전. A매치 데뷔전에 나선 이승우(20·베로나)가 후반 15분 볼을 가로챈 뒤 손흥민(26·토트넘)에게 가볍게 찔러줬다. 이승우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골문까지 20m 떨어진 아크 부근에서 날렵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마치 친동생을 바라보듯 애정어린 눈빛으로 이승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국은 후반 28분 문선민(26·인천)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온두라스를 2-0으로 꺾었다.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와 맞붙는다. 이날 '가상 스파링 파트너'인 온두라스를 맞아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 끝에 완승을 거뒀다. 북중미의 온두라스는 멕시코처럼 체격은 작지만 기동력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다. 한국은 전반엔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골문을 향한 유효슈팅이 단 1개에 불과했다. 온두라스가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승우의 존재를 확인한 게 소득이었다. 이승우는 1m70cm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한박자 빨리 돌아서서 드리블을 했다. 싸움닭처럼 패기 넘치는 플레이도 돋보였다. 키가 10cm 이상 더 큰 상대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면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적극적으로 공격과 수비를 펼쳤다"고 칭찬했다. 이승우가 활발하게 움직이자 후반전에 손흥민이 터졌다. 4-4-2 포메이션을 꺼내든 신 감독은 이날 투톱 공격수로 손흥민과 황희찬(잘츠부르크)를 기용했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이 허리통증으로 결장한 가운데 손흥민이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다. 결국 올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에서 18골을 터트린 손흥민이 대표팀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손흥민과 이승우는 한국 축구의 '돌연변이'다. 손흥민이 고교를 중퇴하고 독일 함부르크로 건너간 건 잘 알려진 일화다. 이승우도 13세이던 2011년 스페인으로 건너가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자유분방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두 선수는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축구를 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승우는 민첩하고 적극적인 플레이로 공격의 출발점 역할을 해냈다. 주전으로 나설 경우 손흥민에게 쏠린 공격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다"고 칭찬했다. 문선민은 A매치 첫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트렸다. 스웨덴 프로축구에서 뛰었던 문선민은 이날 활약을 펼친 덕분에 러시아행 최종 엔트리 23명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 다음달 1일 오후 8시 전주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41위)와 또 한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는 이탈리아 AS로마 공격수 에딘 제코(32)와 유벤투스 미드필더 미라렘 퍄니치(28)가 포함된 유럽의 강호다. 월드컵 1차전에서 맞대결하는 스웨덴의 가상상대다. 대표팀은 6월2일 최종엔트리 23명을 확정한 뒤 다음날 훈련 캠프인 오스트리아로 떠난다. 박린·김지한 기자 rpark7@joongang.co.kr

2018-05-28

근호도 없고 진수도 어쩌면…신태용 '플랜 C' 만지작

'정밀검사 결과 우측 무릎 내측부 인대 파열. 6주간 안정 가료 진단에 따라 소집명단에서 제외. 대체 발탁 없이 정상훈련 진행'. 대한축구협회가 22일 공격수 이근호(33·강원)를 2018 러시아 월드컵 예비엔트리에서 제외한다고 알렸다. 지난 14일 예비엔트리 28명을 발표한 이후, 권창훈(24·디종)에 이어 두 번째 부상 탈락자다. 엔트리 발표 직전 부상으로 제외된 중앙수비수 김민재(22·전북)와 미드필더 염기훈(35·수원)까지 합하면 4명째다. 추가 탈락자도 우려된다. 재활 중인 측면수비수 김진수(26·전북)도 회복이 더디다. 지난 3월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쳤다. '4주 후 복귀' 진단이 나왔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정상적인 훈련을 못 하고 있다. 신태용(48·사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21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첫 소집 훈련을 한 뒤 "지금 상황에서는 (김진수 발탁이) 어렵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24일까지 테스트해본 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전지훈련 캠프지인) 오스트리아에 데려가지 못한다"며 "일정상 다음 주부터는 모두 강도 높은 훈련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당초 손흥민(26·토트넘), 황희찬(22·잘츠부르크)을 최전방 투톱으로 세우는 4-4-2 포메이션을 '플랜 A'로 정했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계획을 바꿨다. 손흥민과 황희찬, 권창훈을 공격 삼각편대로 세우는 3-4-3포메이션으로 '플랜 B'로 짰다. 그런데 권창훈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이마저 어려워졌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혼자 둘 경우 상대 수비수에 둘러싸여 고립된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스리백과 투톱을 활용하는 3-4-1-2 포메이션을 '플랜 C'로 준비 중이다. 신태용 감독은 남은 26명으로 최종엔트리를 향한 마지막 경쟁을 진행한다. 선수를 추가하지 않는 데 대해 신 감독은 "공격수는 세 명(손흥민·김신욱·황희찬)이지만, 미드필더인 문선민(26·인천),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이 최전방에서 투톱처럼 뛸 수 있다"며 "기존 선수들이 공유할 수 있는 다른 전술도 준비했기 때문에 추가 발탁 없이 대표팀을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신태용 감독이 투톱 사용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남은 기간 월드컵 최종 엔트리 경쟁은 4-4-2와 3-4-1-2 양쪽 모두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유리할 것"이라며 "윙백과 윙포워드가 모두 수비에 가담하는 3-4-3과 달리, 3-4-1-2는 측면 수비를 사실상 윙백에게 맡기고 대신 중원을 두껍게 유지하는 형태다. 그렇기 때문에 공·수 모두에 가담해야 하는 윙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18-05-22

골문 앞에서 춤추는 손흥민의 '무회전 프리킥'

한국이 역대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터뜨린 골은 모두 31골이다. 그중 세트피스 득점은 11골, 비율로는 35.4%다. 특히 직접 프리킥으로 6골을 만들었다. 1990년 스페인전의 황보관, 94년 스페인전의 홍명보, 98년 멕시코전의 하석주, 2002년 터키전의 이을용, 2006년 토고전의 이천수, 2010년 나이지리아전의 박주영까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빼고 1990년 이후 전 대회에서 직접 프리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객관적 전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의 최약체 팀이다. 약팀이 강팀을 잡으려면, 먼저 탄탄한 수비를 한 뒤에 세트피스로 한 방을 노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신태용호 '비장의 무기'를 꼽으라면 손흥민(26·토트넘)의 '무회전 프리킥'이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도 "상대 파울로 프리킥을 얻는다면 손흥민의 킥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2015년 6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미얀마전에서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을 뽑았다. 독일 레버쿠젠에서 뛰던 2014년 11월에도 유럽 챔피언스리그 제니트(러시아)전에서 무회전 프리킥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무회전 프리킥은 공 중앙의 약간 밑부분을 강하게 밀어 차는 것. 공을 발등 부분에 최대한 두껍고 넓게 맞히고, 백스윙부터 임팩트까지 정확해야 한다. 공에 회전이 거의 없어 '카르만 소용돌이(Karmanvoltex)'가 생긴다. 원리는 이렇다. 마주 오던 공기가 축구공 표면을 따라 뒤로 흘러 위·아래로 갈린다. 이때 공 뒷면에는 불규칙한 공기 소용돌이가 생긴다. 이 때문에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게 된다. 무회전 킥은 야구의 너클볼(공에 회전을 주지 않고 손가락으로 밀어 던지는 변화구)과 같은 원리다. 손흥민은 롤모델인 포르투갈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의 무회전 프리킥을 벤치마킹했다. 손흥민은 어릴 때부터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에 호날두 영상을 담아 수만 번 반복해서 봤다. 연습 도중 무회전 프리킥에 성공하면 "로날도(호날두의 영어식 발음)"라고 외치기도 한다. 호날두는 무회전 킥을 찰 때 발등으로 공의 중앙을 강하게 맞힌다. 호날두 킥은 최고 시속 100㎞에 달한다. K리그에서 프리킥으로만 13골을 넣은 무회전 킥의 '달인' 김형범(34·전 전북)은 "프리킥을 감아 차면 10개 중 8~9개를 원하는 대로 찰 수 있다. 그러나 무회전 프리킥의 경우엔 10개 중 골대로 향하는 게 5개 미만이다. 더구나 긴박한 순간에 무회전 프리킥을 시도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털어봤다. 신태용 팀에선 손흥민 외에 미드필더 정우영(29·빗셀 고베)도 무회전 프리킥에 일가견이 있다. 정우영은 지난해 12월 동아시아 E-1 챔피언십 일본전에서 오른발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을 넣어 4-1 대승을 이끌었다. 정우영도 호날두 영상을 돌려 보며 이 킥을 배웠다. 러시아 월드컵도 화려한 '프리킥 쇼'를 예고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1)도 프리킥 마법사다. 메시는 올 시즌 7골 등 프로 무대에서 프리킥으로만 26골을 넣었다. 메시는 주로 감아 찬다. 왼발 안쪽으로 축구공의 왼쪽 아랫부분을 감아 돌리면, 공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를 일으킨다. 회전하는 공이 위아래의 압력 차로 휘어 들어가는 현상이다. 야구로 치면 슬라이더나 커브와 같은 원리다.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26)도 오른발 감아 차기 프리킥이 일품이다. 이 밖에 파울로 디발라(아르헨티나),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 크리스티안 에릭센(덴마크), 폴 포그바(프랑스) 등이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한 방을 노린다. 박린·김지한 기자 rpark7@joongang.co.kr

20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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