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파트너' 황소가 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사전캠프를 오스트리아 레오강에 차린 한국 축구대표팀이 4일 숙소인 크랄레호프 호텔에 도착하자, 현지 팬들이 황희찬(22·잘츠부르크)에 몰려들어 사인을 요청했다. 레오강에서 잘츠부르크까지는 차로 약 1시간30분 거리. 황희찬은 2015년부터 세 시즌째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1부리그) 최고 인기팀 잘츠부르크에서 뛰고 있다. 게다가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리그 소속 10개 팀 선수 중 유일하게 러시아 월드컵 무대를 밟는 선수다. 황희찬의 별명은 '황소'다. 투우사를 향해 돌진하는 황소처럼 저돌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잘츠부르크 유니폼에는 '성난 황소'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황희찬은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31·바르셀로나)를 연상시킨다. 키는 1m77㎝로 큰 편이 아니어서 비좁은 공간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동시에 최전방부터 상대를 압박해 공격으로 전환하는 '게겐 프레싱(Gegen pressing)'에 능하다. 수비 때는 최후방까지 내려와 동료를 돕는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황희찬은 땅을 보지 않고 고개를 든 채 경기한다. 한국 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골잡이"라고 평가했다.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 박지성(37·은퇴), 기성용(29·스완지시티) 등이 받은 '차범근 축구대상'의 2009년 수상자다. 포항제철중-제철고에서 중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2014년 잘츠부르크에 입단한 황희찬은 2016~17시즌 16골을 터트렸고, 올 시즌엔 팀을 오스트리아 리그 3연패 및 유로파리그 4강으로 이끌었다. 잉글랜드 토트넘과 리버풀, 독일 함부르크 등이 영입 경쟁에 나섰다. 활약을 대표팀으로 이어간 황희찬은 3월 27일 폴란드 평가전에서 골 맛을 봤고,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선 이재성(전북)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황희찬은 천재성을 갖췄으면서도 지독한 노력파다. 소속팀 훈련이 끝난 뒤에도 집 앞 주차장에서 개인훈련을 한다. 휴가 때는 프리스타일 축구 '고수' JK 전권(29) JK아트사커 아카데미 감독을 찾아가 기술도 연마한다. 프리스타일 축구는 손을 제외한 온몸을 이용해 축구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묘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전 감독은 "메시(아르헨티나)와 호날두(포르투갈) 같은 세계적 스타는 공을 자유자재로 갖고 논다. 황희찬에게 발재간은 물론, 드리블이나 상대 압박 때 영리하게 팔을 활용하는, 이른바 '팔재간'도 가르친다"며 "고교 때부터 오프시즌마다 찾아온다. 대표선수가 됐는데도,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온다"고 전했다. 전 감독은 황희찬에 대해 "수아레스의 저돌적인 면과 네이마르(26·브라질)의 유연성을 겸비했다"며 "수아마르(수아레스+네이마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버지 황원경 씨는 "아들 별명이 '황소'라는데 경기 도중 탈진해도 끝까지 열심히 해야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 감사하다. 잘츠부르크에서 동양인 공격수가 살아남으려면 공수를 모두 할 수밖에 없다"며 "부상이 걱정되지만, 금강불괴(金剛不壞·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 부서지지 않는다)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5일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만난 황희찬은 "동생 이승우(20·베로나)와 같은 방을 썼는데, 내가 방장이 아닌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손흥민(26·토트넘)은 황희찬에 대해 "축구 능력은 좋지만, 말을 잘 안 듣는다. 그래서 더 좋아한다. 나도 말을 잘 안 듣는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황희찬은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이다. 부친 황원경 씨는 "희찬이가 팔뚝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겼다. 세리머니도 그곳을 향한다. 또 휴가를 맞아 귀국하면 초등학생 사촌들과 놀아준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서면 '황소'로 변신한다. 황희찬은 한국이 4-4-2를 쓰든 3-4-1-2를 쓰든 관계없이 손흥민과 투톱으로 나설 전망이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황희찬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고, 좌우로 넓게 뛰면서 상대에게 부담을 준다"며 "그간 보완한 골 결정력을 월드컵에서 증명해 보인다면, 손흥민에 대한 의존과 상대의 집중수비를 분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황희찬도 "내 장점은 뒷공간을 파고드는 거고, (손)흥민 형 장점은 기술과 침투 두 가지 모두다. 둘이서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겠다"며 "보스니아전 패배 후 120% 뛰겠다고 결심했다. 지기 싫다. 젊은 패기로 한 발 더 뛰겠다"고 다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